이런게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겠지요...



[스포츠조선 2006-11-02 12:37]

美여고축구 아름다운 '승부조작', 다운증후군 선수에 생애 첫골 '선물', 감독 합의후 수비수-GK 감동 연기

 

축구 경기 도중 양팀 감독이 하프타임에 만나 대화를 나눈다.

"우리 선수가 골을 좀 넣을 수 있게 해주게." "그러지, 안 될 게 뭐 있어."

 지저분한 승부 조작의 냄새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지역지인 '콜럼버스 디스패치'가 보도한 미국의 한 여자고등학교 축구 경기 중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웨스트 제퍼슨 고등학교는 이달 초 브릭스 고등학교 여자 축구팀을 불러들여 경기를 가졌다. 웨스트 제퍼슨고교 여자축구팀에는 질리안 바톤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졸업을 앞둔 19세의 바톤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소녀였다.

 바톤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축구를 통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뇌졸중을 일으켜 한동안 오른쪽 몸이 마비되는 증상까지 보였다. 다행히 이제는 95% 정도 회복됐지만, 이런 몸으로 축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바톤의 사정을 잘 아는 웨스트 제퍼슨의 감독은 하프타임 때 브릭스 팀의 감독에게 다가갔다. "3년 동안 축구에 열정을 쏟아부은 아이"라고 설명했다. "뭔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요청했다. 브릭스 감독은 흔쾌히 승락했다. "선수들을 불러 모아 놓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드디어 바톤 앞에 볼이 떨어졌다. 감독의 회상에 따르면 "3년간 축구를 하면서 경기 도중 바톤이 공을 잡은 건 이번이 두번째, 혹은 세번째"였다.

 바톤이 드리블을 해 들어가자 상대 선수들은 은근히 따라잡지 못하는 듯 연기를 한다. 바톤이 슈팅을 하는 순간엔 상대 골키퍼가 반 박자 느리게 다이빙을 시도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바톤의 슈팅은 마침내 골망을 흔든다. 생애 첫 골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경기는 6대0 웨스트 제퍼슨 고교의 승리. 사실 웨스트 제퍼슨의 감독은 "바톤이 골을 넣을 수 있게 도와주면 그 보답으로 한 골을 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브릭스 측은 '골 거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브릭스의 해더 스텀프 감독은 "스포츠는 스포츠 그 이상의 것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 권영한 기자 champ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