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 그러니까 2005년 12월 1일은 제가 사랑하는 여자 친구(지금의 제 와이프님, 이하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날입니다. 참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뤄진 프로포즈였는데요. 그날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볼까 합니다.

결혼일자까지 잡았지만 아직 프로포즈를 하지 못했던 그 때... 내심 프로포즈를 기대 하던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참 고민이 되더군요. 꽤 오랜 고민을 하던 끝에

'평생에 한 번 하는거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해보자'

라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철저한(?) 기획아래 능력이 닿는데까지, 주변사람까지 동원해 가며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우선 회사 지인의 도움을 받아 대학로의 조그마한 카페 하나를 빌렸고, 같은 팀 동료들과 절친한 몇몇 동료들에게 "프로포즈를 할건데 마치 회식자리 인 것 처럼 연기해달라"고 사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여자 친구에게는 "회사 사람들과 연말 회식이 있는데 결혼하기전에 정식으로 인사해야 할 것 같다."며 이벤트 날로 미리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벤트 당일. 점심시간 즈음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일이 많아서 야근 때문에  참석을 못할거 같다"고 하더군요.  헉... 카페도 빌리고, 사람들도 총 동원하여 이벤트 준비를 마쳐 놓은 상황인데 못온다니...

OTL

다시 이벤트를 준비하기엔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1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스케줄을 다시 조정하여 동원하는 일도 쉽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는 저는 여자친구의 회사 사장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프로포즈를 준비중인데 야근에서 빼달라"고 자초지경을 설명하고 쉽지 않은 부탁을 했습니다. (물론 사장님과 살짝 안면이 있었기에 가능한 부탁이었지만요.) 사장님께서는 흔쾌히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해주셨고, 여자친구는 영문도 모른채 갑자기 일을 당장 처리 안해도 될것같다는 소식을 듣고는 룰루랄라 약속 장소로 나왔습니다.

그런 우여곡절을 넘긴 후 약속한 카페에서 회사 사람들과 마치 송년회인것처럼 즐겁게 떠들고 마셨습니다. 참 떨리고 긴장되더군요.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요. 분위기가 조금 달아 올랐을 무렵 아래의 영상이 카페의 스크린을 통해 재생됐습니다.





이 영상이 끝나고 나서 저는 여자친구에게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바치며 "나와 결혼해줄래? 사랑해"라고 프로포즈 했습니다. 회사 동료들의 축하 박수 속에서 여자친구는 제 프로포즈를 받아주었습니다.

여자 친구는 '왜 오빠네 회사 친구들 연말 회식 자리에서 내 사진이 나오지??' 라는 의문만 들었을 뿐 프로포즈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꽃을 주며 결혼해달라고 할때서야 프로포즈인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사실 영상을 보면서 매우 놀라고, 감동을 받을 줄 알았는데  여자친구가 분위기 파악이 늦은 바람에 감동의 눈물을 보지는 못햇습니다. 오히려 자리에 함께 해준 회사 동료 여직원이 더 감동받아했다는 후문도... ^^;;

위 영상에 나오는 사진들은 연애하면서 직접 찍은것들이지만 영상 편집은 협력 업체의 지인 분이 자기 친구를 소개해주셔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동영상UCC가 흔했던 시절도 아니었죠. ^^; 이 프로포즈를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애써주셨습니다.

아는 형님이 운영하는 카페를 소개해주고 하루동안 빌릴 수 있게 힘써주시고, 당일 시스템 리허설등 많은 고생을 하신 JJ 과장님...
카페를 빌려주시고 타이밍 맞춰 동영상을 틀어주신 카페 주인 형님...
회사 친구들끼리의 송년회인것처럼 연기를 해주신 직장 동료분들...
동영상을 제작 할 수 있게 친구를 소개해 준 P사의 우찬씨...
친구도 아닌 처음 만난 사람의 프로포즈를 위해 공들여 동영상을 만들어 준 오찬씨...
마무리를 해야하는 일이 있음에도 야근까지 빼준 당시 i사 사장님...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때 힘써주셔서 제가 이렇게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프로포즈 2주년 기념... 포스팅이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음악은 Kenny Rogers의 You Are So Beautiful 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