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께서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신 덕분에 할머님의 장례는 잘 치루고 돌아왔습니다. 벽제의 선산에 10여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님과 합장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장례 절차를 마치고 친척 일가가 모여 할머님이 묻히신 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친척 중 한분이 꽃 하나를 묘지에 꽂으려고 하자 저희 아버님이 그러시더군요.

"묘 뜨겁다. 어차피 지금 묘에 꽂아봐야 다 녹아."

장묘 당일 햇살이 따스하긴 했지만 묘가 뜨겁다는게 무슨 말인가 의아해하며, 정말 묘가 뜨거워질 정도인가 하고 친척분이 묘를 쓰다듬자 아버지가 웃으시며...

"묘가 뜨겁다고 했다고 그걸 또 만져봐?"

다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갸우뚱 하자...

"아버지가 어머님을 10년만에 만난건데, 그냥 두시겠어? 10년만에 만나셔서 지금 한참 뜨거울텐데..."

아버님의 농에 저희 친척 모두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보다 아버님의 상심이 크시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저런 농을 던지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이더군요.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뜨겁게(?) 편히 지내시라고 이런 묘를 준비해드렸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신 많은 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