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2월 1일,  '평생 잊지 못할 나의 프로포즈'라는 포스트를 통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청혼했던 이야기와 프로포즈 동영상을 공개한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날의 추억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연애를 시작한지 100일 되던 날... 여자친구와 거제도로 여행을 갔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연애를 시작한지 100일이 다가오던 그 때는 더위가 정점에 있는 한 여름 피서철이었습니다.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님)에게 무언가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저는 거제도로 여행를 제안했고 여자친구도 흔쾌히 동의하여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100일 여행 예정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회사의 일은 줄어들지를 않아 야근과 밤샘을 자주해야했고 여행준비에 소흘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100일 기념 여행을, 누구든지 언제나 떠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여행으로 만들 수는 없었죠.

그래서 먼저 준비한 것이 약 3달동안 만나면서 찍은 사진들을 추리고 추려 인화한 100장의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그런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건 없을까? 그래서 생각해 낸 이벤트가...

우리가 놀러갈 해변가에 꽃배달을 보내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여행 하루전 저는 급히 '전국 꽃배달 업체'에 전화해 원하는 내용을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제가 7월 27일이 100일 기념일이어서 장미 100송이를 꽃배달 시키고 싶습니다. 꽃배달 장소는 거제도 지역인데, 아직 어느 해수욕장에서 하루를 보낼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날 출발하면서 위치를 물어봐주시면 안될까요?"

꽃배달 위치가 정해지지 않은 주문은 처음 받아보는지 업체에서도 살짝 당황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거제도 부근에 계약이 되어 있는 꽃집이 있으니 그렇게 해주겠노라 하더군요.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가 해변가에서 장미 100송이 꽃배달 서비스를 받아봤겠습니까? ^^


여행을 출발하면서 여자친구에게는 "내가 너무 바빠서 100일 기념 선물을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어. 미안해"라고 살짝 거짓말도 해놨습니다. 여자친구는 살짝 빈정상했겠지만 워낙 바쁜걸 알고 있었고, 대신 기념여행을 가게됐으니 괜찮다고 하더군요. 대천과 통영 등을 거쳐 만난지 99일째 되던날 거제도에 도착을 했고 조그마한 몽돌이 가득한 여차 몽돌 해수욕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늦은 시간에 도착을 한지라  저녁을 먹고 텐트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100일... 날이 밝았습니다.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서울의 대형마트에서 사간 고무보트도 타고, 수영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가 서서히 져갈 무렵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지금 꽃배달 출발하려고 하는데 어디에 계십니까?"  여자친구 몰래 위치를 알려줬고, 몇십분이 지났을까 해변으로 꽃배달이 왔더군요.

꽃배달 온 아저씨가 여자친구에게 장미 꽃 100송이를 전달해줬을때 여자친구의 믿지 못하겠다는 그 표정이란... 그 멀고도 먼 거제도... 그것도 주소도 없는 해수욕장의 텐트로 꽃배달이 왔으니까요. 그리고 가방속에 숨겨놨던 사진 100장의 앨범도 선물로 건내주었답니다. 아무런 선물도 준비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던 사람이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을 2개나 준비했으니 기뻤겠죠? ^^;;;

행복한 미소를 보는 저도 행복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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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님의 항의에 따라 얼굴 심하게 블러처리함. ㅠㅠ



해변가에서 받아보는 장미 100송이 꽃배달 서비스는 어떤 기분일지...
여러분은 아시나요? ^^


본 글은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하여 진행한 Deborah님의 이벤트'에 비밀댓글로 참여했다가, 상품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듣고, 글을 가다듬어 공개하는 순도 100% 염장성 포스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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