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1901-1943)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귀를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 같이 구름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머리 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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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는가...


고맙습니다.
HanRSS 구독자 700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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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4 21:56 BlogIcon 리치타이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쌍한 강아지 고양이한테 집을 빼앗겼군요

  2. 2008.04.04 22:15 BlogIcon 호갱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 표정이 완전 리얼..--;;;

  3. 2008.04.04 22:51 BlogIcon zzip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쌍한 강아지의 얼굴,,, ㅎㅎㅎ

  4. 2008.04.04 2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rince 2008.04.08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덕분에 와이프님과 '추격자'를 보고 왔습니다. 리뷰시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남기겠습니다!~ ^^;

  5. 2008.04.04 23:06 BlogIcon rainydol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은 왠지 먼나라 이야기인 것 같은... -_-;;

    700명 돌파 축하드립니다. 그저 부러울 따름... ㅠ_-

  6. 2008.04.05 00:24 신고 BlogIcon k.b.d_sta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700명 +_+ 축하드려요..ㅋㅋ"

  7. 2008.04.05 11:12 BlogIcon 불멸의 사학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에서 저 고양이의 이름이 나비이고 제비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한때의 유혹에 넘어가서 집문서라도 넘겨주기라도 한 걸까요?

    • BlogIcon rince 2008.04.08 1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ㅋ 그렇군요.
      고양이의 이름까지 밝혀졌으니...

      집문서를 넘겨주게된것도 사기라고 경찰에 신고해보면 어떨지.. ^^

  8. 2008.04.05 17:07 BlogIcon 네떵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빼앗길 들에도 봄이 오는가.. 수험생활 때 공부용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블로그에서 재밌는 사진과 함께 보니
    이거 참 느낌이 색다릅니당.
    그나저나 저 강아지를 보니 얼마전 생후 6개월된 고양이가 무서워 나무에 올라가 몇 시간을 내려오지 못했다는
    곰녀석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갑자기. ㅋㅋ

  9. 2008.04.05 17:18 BlogIcon 마래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 700명.... 장난 아니군요....
    자 이젠 1000명을 향해 달리는거죠?

  10. 2008.04.05 20:29 BlogIcon sazangni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700명! 축하드립니다. 1000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잇힝~!!!

  11. 2008.04.06 11:26 BlogIcon 럭셜청풍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차.. 차단?!

  12. 2008.04.06 22:41 BlogIcon 강자이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왕 굳-_-b ㅋㅋ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7000명, 70000만명에서 포털로 거듭나시는건가요!!^^

  13. 2008.04.07 10:48 신고 BlogIcon Yasu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드려요~~

  14. 2008.04.07 11:02 BlogIcon 섬연라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700명.
    rince님의 유머감각을 좀 더 많이 퍼뜨려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웃었으면 좋겠어요. ^^

    • BlogIcon rince 2008.04.08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몇명이 보느냐가 그리 중요하진 않답니다. 제 스스로에게도 하루 한번의 웃음을 주는일이니까요 ^^

  15. 2008.04.07 16:49 BlogIcon 포켓애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700명 정말 대단하신것 같아요 +_+ 블로그 관리 정말 잘하시네요.^^

  16. 2008.04.10 18:28 BlogIcon 공상플러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17. 2008.04.10 18:33 BlogIcon 분홍고냥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멋찐 포스팅으로 700명이 넘으셨네요~^^
    역시~~ 멋쩌부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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