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사고가 났습니다

Posted by rince Talk, Play, Love/Blah Blah : 2009. 11. 30. 21:51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경, 7번 국도에서 사고를 냈습니다.

울진을 향해 이동 중이었고 목적지를 약 10여 Km 남겨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울진 남부교차로를 조금 지난 부분에서 코너링 도중 차량의 핸들이 왼쪽으로 갑자기 쏠리더니 제어를 잃고 2차로에서 1차로를 넘어 중앙선을 향해 돌진 했습니다.

차량이 제어를 잃는 순간 "아, 사고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고 아니나 다를까 곧 '쾅' 하는 굉음을 내며 중앙 가드레일과 정면으로 충돌을 했습니다. 에어백이 터진 상황에서 차량은 탄력을 받아 미친듯이 돌기 시작하더군요. 앞 유리창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너무 빨라서 뭐가 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마치 영화 필름을 빠르게 감아올리는 것처럼...

충돌 후 차량 회전이 멈추기 전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리더군요. '멈추기는 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빗길이어서 그런지 충돌 후 브레이크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속도를 이기지 못해 균형을 잃고 빙판에 넘어진 스케이트 선수 마냥 미끄러져 나갔습니다. 한참 회전을 하더니 결국은 멈추어 섰습니다. 밖에서 봤다면 찰라의 순간이었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브레이크와는 달리 제 구실을 다하고 바람이 빠져버린 에어백은 메케한 냄새와 함께 회색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차량 안의 물건들은 제 자리를 잃고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앞 유리창을 통해 조금 전 제가 달리던 도로가 보였습니다. 역주행 방향으로 2차로에 멈추어 선 것이었습니다. 후속사고가 우려되어 최대한 빠르게 차에서 내려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안전벨트를 풀고 차량 문을 여는데 앞부분이 밀려 들어와서 인지 문이 반정도만 열리더군요. 수차례 힘주어 밀어 공간을 만들고 내렸습니다.

차 밖으로 나와 신고 접수를 하려고 확인해보니 휴대폰이 차안 어딘가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다른 차량이 오지는 않는지 살피며 차에 다시 들어가서 휴대폰을 찾는데 이 때 제일 무섭더군요. 다행히 조수석 아래에서 휴대폰을 찾아 밖으로 나온 후 일행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고, 112와 보험사에도 사고 접수를 했습니다. 전화 통화와 동시에 트렁크에서 삼각대를 꺼내어 백여 미터 앞 운전자들의 시야가 확보되는 지점에 설치하고 지나가는 차량들의 감속을 유도했습니다.

곧 경찰과 보험사 견인차, 일행 분 들이 현장에 속속 도착을 했고 사고 처리가 진행됐습니다. 다시 살펴 본 현장은 처참하더군요. 가드레일은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나가있고 범퍼는 맞은편 도로에 떨어져있고 수십 미터에 걸쳐 파편들이 즐비했습니다. 최고 사고 지점과 차량이 멈추어선 곳까지의 거리도 상당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몸에 상처하나 없이 멀쩡했다는 점입니다. 일행 분들과 경찰 분들 모두 걱정을 하셨지만 너무 멀쩡한 상태라 주말 일정을 다 소화하고 오늘이 되서야 서울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 등을 검사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고 약간의 근육 긴장만 있는 상태라 3일치 약만 받아들고 왔습니다. 교통사고 예의상(?) 물리 치료는 받았구요.

일행 분들이 "천운"이라고 할 정도로, 차량의 파손 정도에 비해서 너무 멀쩡합니다. 금일 정상 출근까지 했구요. 하지만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섭다고 하니 당분간 몸조리도 잘 해야겠습니다.

제가 차량 사고에서도 멀쩡히 걸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혹시 "웃자구요" 연재를 계속하라는 하늘의 뜻이었을까요? ^^;;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 늘 안전 운행하시구요...
특히 비오는 날, 눈 오는 날 반드시 감속을 하시고 더욱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원래는 다른 분이 운전하시는 차에 카풀 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전날 밤 마음이 변하여 혼자 따로 운전을 하겠다했는데 저만 사고가 나려고 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휴게소에서 중간 집결을 했을 때 다른 분이 제 차에 탈 수도 있었는데 잠에 취해 안 옮기겠다고 한 것도 저 혼자 사고를 당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참 다행이죠.
+ 최근 주변에 안 좋은 일들이 연일 터져서 나한테도 혹시 그런건 아닐까 싶었는데 액땜을 제대로 했습니다
+ 와이프님이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보조석은 에어백이 없었습니다.
+ 차량은 자차 보험이 안 들어있던지라 폐차 수순에 들어갈 듯 합니다.
+ 사고 처리 후 차량 속의 성경책을 챙기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 제 2의 삶을 사는 기분으로 살겠습니다
+ 사고가 난 후 침착하게 모든 것을 대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제정신이 아니긴 아니었나 봅니다. 현장을 찍은 사진 모두 노출 오버로 색을 다 잃었습니다.

+ 오늘 하루만 웃자구요 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