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쪽방촌이라 불리는 작은 마을에 마련한 방 한 칸,
사실 집이라고 해야 비바람과 추위를 피해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공간 정도였지만 그게 우리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이곳이 재개발 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집 주인들은 하나 둘 씩 이주 정착비용을 받아 떠나갔고, 우리 세입자들은 돈 한푼 받지 못하고 길거리에 나앉게 될 판이었습니다.



제발 철거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우리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험상굳게 생긴 이들이 몰려다니기 시작했어요.
빨리 집을 비우지 않으면 재미 없다는 협박과 함께 살기가 느껴질 정도의 인상을 쓰고 다녔습니다.

그들 뒤를 봐주는 견찰(犬찰, 경찰 아님)이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힘 없는 우리들이 버틸수 있는 대까지 버텨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용역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날도 늘어났습니다.

나날이 신체의 위협을 느낀 우리들은 결국...



줄줄이 정든 집을 떠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나마 형편이 되는 이들은 허름한 단칸방을 찾아 새로 보금자리를 꾸몄고,



돈이 조금 부족한 이들은 서로 힘을 모아 같이 살 방법을 찾기도 했습니다.




무일푼이여서 노숙을 하게된 이도 있었지요.

처음 재개발에 반대한다고 했을때 몇몇 이들이 관심을 기울여줘서 힘을 얻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점차 잊혀져갔습니다. 우리가 살던 그 쪽방촌은...



화려한 신식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서민이라 불리우는 이들의 차지가 되었답니다.

우리는 다시 세입자로,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없었어요.